안녕하세요, 디온(@donekim)입니다. 어느덧 9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구가 떠오르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티밋에서 2019년 버킷 리스트를 써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19년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하는 마지막 4분기가 다가왔네요.
4/4분기는 회사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데, 정말 남 부끄럽지 않게 부지런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움들이 많이 남는 것은 모두가 다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아 온 순간들이라고 하더라도 지나보내고 나면 왜 이리 아쉬운 후회들만 남아 시간의 흐름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1. 가을의 전설은 돌아오는가?
스팀을 포함하여 모든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가열찬 상승을 보이며 정점을 찍었던 2018년 초 이후 크립토마켓은 모든 거품이 사라지고 이제는 무관심의 영역에 진입해 있습니다. 비단 스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량도 참 많이 죽었고, 스티밋에서 예전에 활동하시던 분들의 80~90%를 떠나보낸 것 같습니다.
400~500에서 150원까지 추락할 때 정말 많은 분들이 극단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셨는데, 이렇게 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상 크게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 자체도 많이 죽어버린 것 같습니다.
2017년 가을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 초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며 시작되었던 암호화폐 가격붕괴 사태는 정말 많은 투자자들이 리마인드하기도 무서울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감히 바닥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내리 꽂는 엄청난 가격하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많은 투자자들이 그나마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가을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억하기 싫은 2018년의 가을
단풍이 산마루부터 시작해서 계곡으로 내려오고, 북쪽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2018년 9월부터 크립토마켓은 그야말로 혹한기에 접어듭니다. 정말 모든 투자자들의 기대를 보란듯이 비웃기라도 하듯 2018년 가을은 혹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2018년 9월부터 스팀은 더이상 지폐가 아닌 동전으로 평가절하 되어버렸죠.
#2.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아마 지금까지 스티밋 또는 스티밋 트라이브에서 활동 중이신 분들 중에서 HF19를 직접 경험하신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저 또한 나중에 거슬러 올라가서 알아보기만 했을 뿐 당시에는 스팀 계정도 없었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스팀 블록체인은 1년에 한 번꼴로 하드포크를 진행해오면서 조금씩 점진적인 개선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이에게는 개선이 아닌 개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 당시마다 커뮤니티에서 화두가 되어왔던 부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하드포크였음은 분명합니다.
HF21은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형평성(EQUALITY)에 중점을 두었다면, 개인적으로 2018년과 2019년의 하드포크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오류를 잡기 위해 하루만에 진행되었던 HF22는 빼고…
뉴스팀(#NewSteem)이라고 불리는 HF21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다운보팅은 그 과정이 어찌되어왔든 보팅봇을 없애고 매뉴얼 큐레이션과 셀프봇 대신에 큐레이팅 활동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키며 스티밋에서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스팀 작업자 제안제도(SPS)는 능력있는 개발자들의 무료 봉사 또는 헌신을 통한 생태계의 개선 대신에 작업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생태계의 자생적/지속적 개선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초창기이지만 다른 생태계로 입소문이 나면 여러 능력있는 외부 개발자들의 유입도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계절이 아름답게 돌아오는 것처럼
꽤 멀리 돌아왔지만,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돈 모으기에만 급급했던 프로젝트들이 꽤 많이 사라졌고, 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꽤나 많이 성숙해졌습니다.
결국 이 긴 시간동안 잠시 길을 잃어서 돌고 돌며 정처없이 방황하던 프로젝트들 중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랠리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은 성숙한 투자자들의 냉혹한 평가라는 심판대에 다시 서게 되고, 시장으로부터 이전보다 훨씬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속에서 스팀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을까요?
PoB는 실패했다, 달성하기 어렵다, Steemit Inc의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운영은 지속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SMT가 런칭하더라도 별반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많지만, 지난 불장 속에서의 분위기에 취해 그 다음의 도약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뿐, 스팀은 고난의 시간들을 모두 겪어내며 살아남은 대표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설계되고 합의된 약속을 바꾸는 일은 블록체인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에, 혹자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고난의 시간들을 온몸으로 버텨내며 축적된 커뮤니티의 경험과 결집력은 절대 새로운 시스템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새로운 계절이 아름답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분위기에 편승하는 프리라이더의 자세가 절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람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시기네요.
계절이 변하듯 암호화폐 시장에도 붉은 단풍과 붉은 노을이 시작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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