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손꼽히는 빗썸(Bithumb)을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감사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을 통해 지난 2018년 4월 13일 공개되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빗썸에 관한 많은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수량, 그리고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위탁 보관 암호화폐의 수량, 암호화폐의 회계처리 및 손익인식 방법 등이 모두 공개된 것입니다.
갑자기 왜 그동안 많은 정보를 감추기만 했던 빗썸이 이렇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먼저 빗썸은 주식회사 비티씨코리아닷컴(영문명: BTC Korea)이라는 회사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의 업종에 속하는 서비스입니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14년 1월에 설립되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암호화폐거래소(www.bithumb.com)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입니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운영하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암호화폐)의 가격이 지난 2017년에 엄청나게 상승함에 따라 회사 전체의 자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상 외부감사의 대상이 되어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빗썸의 감사보고서 공시 소식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나 언론, 회계법인 등 많은 관계자들에게 모두 굉장히 흥미로운 소식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가 어느 정도인지, 고객 위탁 자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거래소 운영을 통한 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일반기업회계기준(비티씨코리아닷컴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아닌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회사입니다.)을 적용했을 때 암호화폐를 어떤 자산으로 계정처리할 것이며 손익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들이 있었습니다. 아래에서는 빗썸(정확히는 비티씨코리아이지만 편의상 빗썸이라고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의 감사보서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2017년말(2017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규모는 비트코인 3,228개, 이더리움 65,421개, 리플 40,834,896개 등을 포함하여 약 4,159억 수준입니다. 감사보고서에서는 암호화폐 계정과목을 그대로 “암호화폐”로 사용하여 주석으로 표시하였으며, 유동자산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유동자산으로 분류한 이유는 보고기간 종료일로부터 1년 이내에 현금화 또는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 빗썸이 보유한 고객 위탁 자산(암호화폐)의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2017년말(2017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위탁 자산(암호화폐)의 규모는 약 59,424억 수준입니다. 감사보고서에서는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자산으로 인식한 반면에, 고객 위탁자산의 경우에 자산으로 인식하지 아니하고 주석처리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암호화폐 가격변동에 손익을 어떻게 인식하였는가?
암호화폐는 높은 가격변동성을 보여주는 관계로, 많은 종류의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매년마다 가격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실제로 암호화폐를 처분하여 실현되는 손익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평가금액이 변동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익)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많았었는데, 해당 감사보고서에는 암호회폐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손익의 이연처리를 위한 기타포괄손익 등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으며 단기매매증권과 동일한 손익인식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암호화폐 관련 손익은 얼마인가?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빗썸의 수익은 크게 영업이익과 영업외이익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수수료 매출에 따른 이익을 의미하며 약 2,651억정도입니다. 그리고 영업외이익은 영업외수익에서 영업외비용을 차감한 금액으로 계산되는데 약 3,051억 수준임을 알 수 있고, 영업외수익(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암호화폐평가이익”임을 알 수 있습니다.
5. 기타 주석공시
위에서의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 주요 계정에 대한 주석 세부사항 이외에도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우발부채에 관한 내용입니다. 빗썸이 2017년말 기준으로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의 소송금액이 24.46억 원이며, 원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의 소송금액이 6.14억 원이라고 합니다.
본래 어떤 회사가 소송사건에 휘말려 있는 경우에는 주주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당부채”를 계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충당부채를 재무상태표에 계상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회사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고, 그 소송의 결과가 합리적으로 예측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금액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소송사건의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당부채와 같이 합리적인 추정액을 계산하여 별도의 부채 계정과목으로 계상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한 경우에 주석으로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설명을 하는 것이 바로 “우발부채”입니다. 현재 빗썸의 우발부채는 대략 30억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나, 소송의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원의 유출금액 및 시기가 불확실하며, 회사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지 아니할 것으로 감사인이 추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정보입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인 전하진 위원장은 “거래소가 수수료로 받은 암호화폐도 거래소의 운영목적을 위해 처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그 처분이 시세조종의 결과를 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시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법으로 처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종래 주식시장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이슈인 만큼 거래소들과 함께 블록체인협회도 합리적인 자율규제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감사보고서를 통해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종류 및 보유량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전하진 위원장이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주식거래소와 다른 특성을 지니는 관계로 상당 수의 암호화폐를 거래소 소유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보유량이 고객에게 수수료로 부과한 0.15%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입니다. 4천억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수수료로 받은 물량과 다른 목적으로 거래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량에 대한 정확한 구분, 그리고 보유목적과 처분방법 등에 대한 공시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암호화폐의 투명한 유동성 공급 및 거래량 폭증을 대비한 예비 유동성의 확보를 위해 거래소가 암호화폐 물량의 일부를 보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반면, 거래소가 소유하는 암호화폐 물량이 많으면 암호화폐 시장 경제에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영과 자율규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여러분들께서는 시간이 되실 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속하셔서 감사보고서를 한 번쯤 읽어보시를 권해 드립니다. 감사보고서를 읽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안내 드립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 접속
- 회사명 란에 “비티씨코리아닷컴”을 입력하다가 아래에 회사명이 자동검색되면 해당 회사명 클릭 후 검색버튼 클릭
- 아래에 보고서 명에서 감사보고서 클릭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암호화폐 이야기] 빗썸의 감사보고서 분석’